Wednesday, October 22, 2008

미국사회 주류로 가는 ‘마중물’ 되고파; 오바마 캠프 첫 한인 정책대리인 김대용씨

매케인후보 대리인과 일진일퇴 정책토론
이민2세로 2년전 오바마와 만난 뒤 후원

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후보를 대신해 정책대결을 벌이는 대리인으로 한국인이 처음 임명됐다.

화제의 인물은 공식 직함이 ‘오바마를 위한 동부지역 아시아연대 회장’인 김대용(32·미국 이름 라이언 김·사진)씨다. 김씨는 20일(현지시각) 오전 뉴저지주 엘리자베스의 베네딕트 아카데미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200여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오바마 후보 대리인으로 나서 정책 토론을 벌였다. 이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쪽 대리인인 폴 런드 프리메리카(재정상담회사) 부사장이 “국민의 40%가 세금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오바마가 공약을 실행할 재원을 충분히 만들어낼지 의문이다”라고 공격하자, 김씨는 “오바마가 ‘계급 투쟁’을 만들어내려는 것도, 부유층을 불공평하게 공격하자는 것도 아니다. 워런 버핏도 25만달러 이상 소득 가정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김씨는 다음주에 열리는 중국계 대상 토론회에도 정책 대리인으로 나갈 예정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 온 김씨는 버클리대에서 경제·통계학을 복수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김씨는 2006년 뉴저지 유세 때 오바마를 처음 만난 뒤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껴” 그의 후원활동에 나서고 있다. 두 달 전에는 졸업 뒤 다니던 맨해튼의 일본계 은행도 그만뒀다. 김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을 위해 자원봉사를 할 때 의회에서 한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사람이 없어 아쉬웠다”며 “아시아인과 친근한 오바마 후보와 연결고리를 만들어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주류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 구실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바마는 선거자금 모금행사에 참석한 김씨를 만나 성이 ‘김’이라는 소개말을 듣고 바로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 그를 놀라게 했다. 오바마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동생 마야 소에토로-응(38)을 통해서다. 마야는 오바마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해 낳은 딸로, 한국의 ‘단’을 배우고 한국인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와 마야는 하와이에서 자랄 때 한국 음식을 자주 먹기도 했다.

김씨는 “오바마가 요즘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며 “그는 사회활동 시절에 풀뿌리 운동을 하면서 자원봉사자에 대한 애정이 많아 이번 선거운동에서도 자원봉사자 역할이 확연히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사진 김대용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