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September 03, 2009

[역사교과서 저자 승소]“저자 동의없이 임의 수정 못해”… 교과부 책임론

Korea's Ministry of Education faces trouble ahead concerning its push to revise the high school history textbooks by the rules of the Seoul Central District Court that came out today.

ㆍ법원, 저작인격권 관련 주장 모두 인정
ㆍ저자들 “학교 혼란없게 회수 요구안해”

“당연한 결과”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저자인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교과서 발행 중단’ 판결이 내려진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계를 강타했던 ‘역사교과서 수정 파문’의 1라운드 승패가 갈렸다. 2일 서울중앙지법은 “저자 동의 없이 교과서를 수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 저자의 학문적 양심에 손을 들어줬다. 소송의 외견상 피고는 금성출판사였지만 실제로는 교과서 내용을 수정지시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저자들이 지난 2월 교과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낸 수정명령 취소 청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자들의 주장 모두 인정=법원은 저작인격권을 둘러싼 법리적 쟁점에서 저자들의 주장을 모두 인정했다. 앞서 지난 1월 저자들이 제기한 저작인격권 침해 금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법원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법원은 가처분 기각 결정을 내리며 “출판사의 수정행위는 교과부 장관의 수정 명령에 근거한 것이고, 그 범위도 교과서 총 쪽수의 50%를 넘지 않으므로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본안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세 가지 취지로 이를 모두 뒤집었다. 재판부는 “출판계약에 교과부가 저자들에게 수정지시를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해도 이것만으로 출판사가 저자들의 동의없이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저자들이 수정을 요구한 것이 아니면 출판사가 임의로 교과서를 수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또 재판부는 ‘동일성 유지권(저작자가 저작물의 내용·형식·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을 근거로 교과서 수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교과용 도서 자체를 수정할 때는 동일성유지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소송에 6명의 저자 모두가 아닌 5명만 참가했으므로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출판사 측 주장에 대해 “저작인격권 침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원의 합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과서는 당분간 사용 가능=재판 결과에 대해 교과부는 당혹해하면서도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정 교과서 사용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과부 이성희 학교자율화추진관은 “금성출판사 측에서 항소할 뜻을 밝혔기 때문에 향후 재판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며 “가처분 결과와 이날 재판의 결과가 다른 것처럼 2심 법원은 또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추진관은 “교과서 수정은 학문적·교육적으로 충분히 검토한 끝에 내려진 조치”라고 말했다. 교과부의 이 같은 방침은 ‘시간끌기 전략’을 통해 굳이 교과서를 재수정하지 않고도 학생들에게 현행 교과서 내용을 가르칠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7차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 일선 학교에서 2011년까지만 사용되고 2012학년도부터는 한국 근·현대사라는 과목 자체가 없어진다. 통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는 1~2년 정도 걸리는 만큼 2011년까지는 현행 교과서가 그대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과부의 판단인 것이다. 현재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역사교과서는 전국 2139개 고교 중 919개교(43%)에서 사용하고 있다. 교과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담당 직원들은 긴급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교과부를 상대로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한 직원은 “교과부로선 예상 밖의 판결이 내려져 유감”이라고 말했다.<선근형·장은교기자 ss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