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November 19, 2008

Interview with the former Minister of Foreign Affairs in the Republic of Korea (한승수)

<연합초대석> 한승주 전 외무장관
"오바마 정부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있어""FTA는 상호이익 추구 방법 찾는 게 필요""정부의 기존 외교 정책 기조 유지해야""대미외교, 인맥보다 합리성.설득력 중요"(서울=연합뉴스) 홍성완 편집위원=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은 12일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가 이끄는 미국의 신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을 일부 감축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주미대사를 지낸 한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우방국들과의 동맹관계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현재 2만 8천500여 명 수준의 주한미군을 더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한 가능성의 배경으로 "오바마 당선자가 군사안보를 중시하는 20세기 냉전적 사고에서 자유로운 21세기 인물이고, 금융위기 해소를 위해 투입하기로 한 7천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하려면 국방분야에서도 예산을 아낄 생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전 장관은 한ㆍ미 간 현안인 FTA 비준과 관련해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 여부와 시기는 자기들의 일정과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느냐 여부는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자동차 부문 논란을 포함한 FTA 문제에 대해 한ㆍ미 양국이 다 같이 성의와 호의를 가지고 서로 이해하면서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관련해 대비나 적응은 필요하지만 우리의 외교정책, 특히 대북정책의 기조를 바꾸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라고 강조하고 "대북정책에서 우리 정부의 원칙은 오바마 정부와 대체로 일치하고 있어 상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 오바마 정권 출범 후 한반도 정책을 포함해 어떤 변화가 예상됩니까. ▲ 국내 정책에서는 자유방임, 무제한 경쟁으로부터 복지, 평등, 환경, 교육 등을 강조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입니다. 물론 금융위기라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 최우선적인 노력을 할 것입니다. 대외적으로는 무력을 중심으로 하는 hard power보다는 외교력, 설득력을 강조하는 soft power의 비중을 높일 것이며, 일방주의에서 다자주의를 중시하는 정책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동맹관계를 중시하면서도 다른 주요국들과의 협조체제(concert)를 구축하는 노력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 같습니다. 금융문제라든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문제와 같은 급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동맹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과거 카터 전 대통령 때처럼 완전 철군을 하겠다는 결정은 아니겠지만 주한미군의 규모라든지 역할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조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바마는 냉전, 군사안보 우선과 같은 20세기적 생각에서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동맹이라는 게 필요하기는 하지만 국제정치로 보면 밸런스 오프 파워(Balance of Power)보다는 concert 쪽에 더 관심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 카터와 비교해 오바마의 주한미군에 대한 입장은 어떠할까요. ▲ 카터는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그랬지요. 오바마는 물론 그러지는 않을 거고요. 카터 때는 처음에 완전철수를 주장했다가 부분 철수로 수정해 6천 명인가를 감축했지요. 카터는 선거유세 때 주한미군 완전철수를 공약했습니다. 반면 오바마는 전혀 그런 건 없지요. 세계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미군의 지상군을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늘리는 방법도 여러 가지인데 다른데 주둔하고 있는 병력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주한미군은 감축이나 조정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 지금 2만 8천500여 명 수준인데 더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큰 감축은 아니겠지만요. 오바마는 21세기형 리더입니다. 아무리 주변에 옛날 사람들이 많다고 해도 새 사람들과 함께 21세기 시각에서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나토 등과의 동맹체제에 대해 전반적인 리뷰를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미정부가 금융위기 해소를 인해 지원키로 한 7천억 달러는 미국의 1년 국방예산 규모입니다. 그게 전부 국방분야에서 오지는 않겠지만 좌우간 돈이 어디서 와야 될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돈 세이브하는 것도 좀 생각을 해야 되겠지요. --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 대외정책이 좌우됩니까. ▲ 아닙니다. 그러니까 카터가 주한미군을 완전히 철군하지 못했지요. 그때는 주변에 있던 사람이 전부 한국전쟁세대 사람들이고 군인들도 그렇고 참모들도 그랬는데 지금은 오바마의 참모들 자신이 전부 한국전쟁을 마치 옛날 보불전쟁처럼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미동맹은 냉전의 유산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유산인 셈인데 오마바는 21세기 사람입니다. 61년생이니까 4.19 직후지요. 한국전쟁이 끝난 지 8년 만에 태어났으니 우리식으로 하면 386세대가 되나요?-- 한미 양국정부 간 마찰을 예상합니까. ▲ 노무현 정부와 부시 정부가 좀 이념적인 데 비해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는 상당히 실용적인 경향이 있으니까 만약 다른 의견들이 있으면 대화나 조정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 북한이 개방을 선택할까요. 김정일과 오바마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 글쎄요. 개방을 할까요? 전 개방 안 할 것 같은데요. 안 하면서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개방하면 뻔한 거니까요. 두 사람이 만날 가능성은 금융위기 이런 것 때문에 상당히 먼 얘기라고 봅니다. 또한, 그런 과정에서 김정일이 회복할 수 있을지도 변수이고요. 지금 나오는 사진이 옛날 사진을 합성한 것인지 알 수가 없지요. 지난번 미국에 갔더니 김정일의 건강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 오바마는 한ㆍ미 FTA에 반대하고 있는데요. ▲ 많은 사람은 그가 FTA를 반대한 것은 선거기간 중의 표를 의식한 발언이고 결국은 FTA 지지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거운동 기간 너무나 일관성 있게, 강력하게 FTA를 비판해 왔습니다. 또 그 자신이 어떤 부분, 특히 자동차 교역 부문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한국이 1년에 70만 대를 미국에 수출하면서 5천 대만 수입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오바마의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너무나 여러 번 (특히 TV 토론에서) 강조했기 때문에 그냥 번복하거나 무시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지난번 FTA 협상에서 이미 미국과 한국 쌍방이 자동차 교역에 개방하고 양보할 만큼은 양보해 놓았기 때문에 그러한 불균형을 교정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오바마가 어떻게 체면을 살리면서도 FTA를 받아들여 미국의 국익에 부응토록 하느냐는 데 있다고 봅니다. 지난번 쇠고기와 관련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추가조치를 허용했던 일이 있습니다. 모든 외교와 협상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formula, 즉 방법과 모양도 중요합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와 우리 정부가 정치적인 부담을 크게 지지 않으면서 상호 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 상징적으로 오바마의 정치적 체면을 살리수 있는 방법, 즉 FTA를 실시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 국회의 FTA 비준안 연내처리가 성사에 도움될지요. ▲ 미국 의회가 연내에 한미 FTA를 비준하느냐 안 하느냐 또는 내년에 하느냐, 어느 시점에 하느냐는 결국 미 의회 일정과 자기들의 정치적 계산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보고요.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하느냐 여부가 그렇게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준을 하면 우리의 성의와 더불어 재협상이라든지 추가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결의를 보여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미 의회에 영향을 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비준 문제가 국내적으로 정치적 갈등과 균열을 가져와서 대미관계, 반미정서에 영향을 준다면 그것은 미 의회의 비준에 도움을 주지 않으면서 국내적으로 자체적인 피해를 입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지 화합하고 합의를 거쳐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간 진지한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앞으로 북ㆍ미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부시 행정부가 말기에 들어서 북한과 상당히 적극적인 대화와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오바마 정부는 그러한 부시 말기의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상태로서는 부시 행정부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너무 북한에 양보를 많이 하고 북한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해 놓았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그것보다 더 적극적인 협상을 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 놓은 협상 중에 미흡한 사항 (예를 들면 북의 미신고 핵 시설에 대해 사찰은 상호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 등을 다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ㆍ미관계의 전망은 시간이 좀 지나야 드러나리라고 봅니다. 통상적으로 주요 문제에서 전임 정부의 정책을 충분히 검토(review)하기 위해서는 약 6개월은 걸리지요. 진용도 짜야 하고 내부적인 검토, 절충도 거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바마는 시급하게 대응해야 할 사안들이 많이 있습니다. 금융위기는 물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중동문제, 러시아와의 관계 등이 그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 문제가 당장 위기상황이 아닐 때 얼마나 높은 우선순위를 둘 것이냐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 북한이 앞으로 '통미봉남'으로 나가지 않을까요. ▲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 관계개선이고 되도록 우리를 배제하겠다는 생각이므로 미국과의 관계가 잘 진행되고 경제적으로 지원도 받을 수 있으면 소위 '봉남'(封南)을 해 우리의 입지를 약화시키려고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한에 경제적 지원과 협조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의 국내외적 입장을 어렵게 하려고 '봉남'을 시도할 때, 국내적으로 북한에 조건 없이, 무제한 적으로 또 상호성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정부를 공격하는 것은,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포기하기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인 지원은 계속하면서, 정책적 지원에 대해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는 자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 대해 이러한 우리의 정책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대북정책에서 확실한 공조를 취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 6자 회담 구도에는 변화가 없을지요. ▲ 북한은 핵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에 국한하려 합니다. 또 지금까지의 오바마 발언을 보면 6자회담보다는 북미 양자 협상에 무게를 두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그 틀 안에서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더라도 지난 10월의 북미 합의 (검증과 테러지원국 해제와 관련된 것)에 대해 일본은 부정적인 입장이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나라는 중국밖에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핵문제의 '해결'을 말하지만, 우리는 북핵문제를 놓고 볼 때 그것을 '해결'하는 것, 즉 북한을 완전히 비핵화, 비핵무기화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그전 단계에서 그 문제를 '관리'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의 핵 활동과 생산을 동결시키고, 가능하면 불능화시키고, 그와 관련된 협상의 틀을 살려 계속 비핵화를 논의하고 협상하는 것, 또 북핵문제가 무력분쟁으로 발전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러한 조치와 활동이 북한 핵의 평화적 '관리'라고 하겠습니다. 북핵문제의 해결은 몰라도, 이러한 '관리' 차원에서는 6자회담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마바 정부 출범과 더불어 우리의 대미 외교전략도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외무장관, 주미대사를 지낸 경험에 비춰 조언해줄 것이 있다면. ▲ 외교정책, 전략은 항공모함, 또는 유조선과도 같아 다른 나라의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갑자기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크게 조절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오바마 정부는 한국으로서 커다란 조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서는 오바마가 부시 정책을 대체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미 관계에서 그동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부시와 이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미국에 대한 정책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입니다. 쇠고기 추가협상을 허용한 것, BGN(미국 地名위원회)가 독도 표기를 원상 복귀해 준 것, FSM(해외군사장비판매)의 지위를 격상해 준 것, 외화 지급 보증을 위한 화폐 스와핑에 합의한 것 등은 미국의 국익을 계산한 점도 있으나 양국 정상 간 개인적인 관계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요. 앞으로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는 인맥도 도움되겠으나 그보다는 설득력 있는 논리와 정책, 그리고 효과적인 외교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 미국과의 효과적인 협의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을 두고 상대방과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식의 논의를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가장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은 개인적 친분관계라기보다는 정책의 합리성과 설득력입니다. 특히 오바마는 부시에 비해 더 신중하고, 계산적이며, 실용주의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곧 인맥보다는 합리성과 설득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 한국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어느 나라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 떠맡을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지난 1997-98년 당시의 위기 때는 외교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는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었고 그를 위해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한반도의 안보를 위해 한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점을 미국에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미국 자신이 금융 위기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가 G-20회의에 참석하게 되어 있고, 미국 등과 더불어 다자적인 차원에서 금융위기를 없애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현재의 위기를 미국과 협력하고 미국의 도움을 받아 극복하고 미국과 상당기간 긴밀한 협조와 협의를 성립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바마로서 가장 부담되는 것은 세계에서 기대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경제, 금융위기를 해결하고, 중동문제도 해결하고, 미국의 입지를 강화시키고, 각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이러한 기대를 모두 빠른 시기에 충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당연히 실망이 따를 것입니다. 특히 아시아인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가 보호무역적인 정책 방향을 고수하고, 금융문제, 아프가니스탄, 중동 문제 등에 몰두하여 아시아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작아질 가능성 등이지요. 그가 아시아와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고 해도 역시 관심은 현재의 위험지역과 중동 아프리카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 앞으로 미국과 중국,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의 관계, 한반도 주변정세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부시 대통령은 아시아의 주변 강대국들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최근에 와서 일본과는 북한문제 때문에, 러시아와는 그루지야 문제 때문에 다소 마찰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대중국 관계에서 미국은 역대 정권이 처음 들어서서는 갈등관계로 시작하다가 점차 관계가 좋아지는 경향을 가져 왔지요. 아버지 부시와 클린턴, 아들 부시 대통령 때도 같은 패턴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고 처음부터 중국과 실용적인 관계를 가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즉 중국을 책임 있는 이해당사국 (responsible stake-holder)이라는 전임 정부의 후기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러시아와 북한에 대하여 오바마 정부는 대화와 설득, 협상을 강조하겠지만 동시에 자신이 상대국에 약하게 보이는 것을 민감하게 의식해 도전에 대해서는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소련의 후루시쵸프는 케네디 취임 후 쿠바에 미사일을 장치함으로써 미국 정권을 테스트했고, 북한은 클린턴 취임 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함으로써 새 정부를 시험했습니다. 그때마다 젊고 자유주의적인 신참의 미국 대통령은 강력하게 대응한 바 있습니다. 오바마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인권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이므로 납치문제에 집착하는 일본으로서는 미국과 협조할 명분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오바마는 지금 세계에서 군사적으로 가장 급박한 지역이 테러집단을 지원하고 훈련하는 알 카에다, 그를 지원하는 탈레반의 근거지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접경지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라크에서는 철군을 추진하면서도 아프간에 대해서는 군대를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 한ㆍ미, 미ㆍ일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이들 지역의 미군을 부분적으로 아프가니스탄 쪽으로 전용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한, 주일 미군의 규모 자체에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오바마의 근접 인물 중에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중국, 일본과 함께 삼국 공조체제(condominium)를 구축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바마가 이러한 구상을 채택할지 모르나 그러한 경우 자칫 강대국이 한반도 문제 등 다른 나라 문제도 자기들끼리 논의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가능성에 대비해서도,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밀접하게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러시아도 우리에 대해 호의를 가지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다행히 하나의 강대국과 가까워진다고 해서 다른 강대국과의 관계를 희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 나라와 가까워지는 것이 다른 나라와도 가까워지는 첩경이라고 하겠습니다. -- 미국으로부터 아프간 추가파병 요구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 이라크에서는 오바마가 선거 운동 때 주장했던 것처럼 2010년 말 이전 미군을 철수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아프간은 오바마가 테러의 온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만큼, 병력을 증파하더라도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뿌리를 뽑는 정책을 펼 것입니다. 이란에 대해서는 아흐마디네자드 같은 지도자와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지만 그로서 약하게 보인다는 인상일 주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보다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용인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군대가 더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미국군대, 나토 군대들에 의해 충당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유럽도 오바마의 당선을 크게 환영하는 처지이므로 그의 요청이 있을 때 무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파병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 서너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책 쓰는 일입니다. 지난 15년 간 두 번 정부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중간에 유엔 관계로 키프로스 분단문제, 르완다 인종학살 조사위원회 활동에 관여한 일이 있고요. 이러한 일들의 경험을 토대로 회고록 형태의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중요한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지난 2월초 발족한 아산 정책연구원의 이사장으로 연구원의 시작 단계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는 한미협회의 회장 임무도 맡아 활동하고 있고 필요할 때 우리 정부뿐 아니라 국제기구의 정책 자문에 응하고 있습니다. jamieh@yna.co.kr